월하정인(月下情人) - 달빛 아래 님을 만나다

관리자
2019-07-20
조회수 7185


겸리. <월하정인>. 북편에 분채. 2018년 8월 10일


젊은 남녀가 초승달이 비추는 담벼락에서 만나 밀회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둘은 어떤 관계일까요? 서로 사랑하는 젊은 미혼의 남녀? 혹은 이미 각자 결혼한 유부남과 유부녀? 아니면 양반이 기생을 몰래 만나는 장면?


정확한 관계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 그림의 화제(畵題)를 보면 둘이 합법적, 혹은 공개적으로 만나는 사이는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달빛 침침한 삼경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겠지"

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조선시대에 삼경(三更)은 밤 11시에서 새벽 1시까지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도성인 한양에는 통금이 있었는데 초경(初更)에 해당하는 밤 8시부터 5경에 해당하는 새벽 4시까지였습니다.


즉, 삼경은 분명히 통금시간에 해당하는 시간인데, 이 시간에 두 남녀가 만났으면, 부부는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기생이 이렇게 통금시간에 조심스럽게 남자를 만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여성이 쓰고 있는 쓰개치마는 외출할 때 얼굴을 가리기 위해 착용하였던 것으로 보통 양반집 여성이 쓰고 다녔습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두 남녀는 분명 만나서는 안될 사이가 밀회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갓을 쓴 선비 차림의 젊은 남자는 한 손에 초롱불을 들고서 다른 한 손으로는 품속을 더듬어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또한 이들의 발을 보면 담벼락 밑에서 대화를 나누는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무엇인가 정표를 주며 어디로 가자고 재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여자도 치마를 들어 올리며 속곳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다급한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야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그림의 원작자는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입니다. 신윤복이 위의 화제를 그림에 넣은 것은 아마도 조선 중기 문신인 김명원(金命元, 1534 ~ 1602)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김명원이 지은 시 중에 다음과 같은 시가 있습니다.


"창밖에 가는 비 내리는 삼경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겠지"

窓外三更細雨時, 兩人心事兩人知


시간도 삼경이고 마지막 구절의 양인심사양인지(兩人心事兩人知)라는 싯구도 그림의 화제와 똑같습니다.

그리고 김명원은 이 시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남기고 있습니다. 


김명원은 사랑하던 기생이 있었는데, 그녀가 권세가의 첩이 되자 잊지 못하고 담을 넘어 첩이 된 기생을 만나러 갔다가 주인에게 잡히고 맙니다. 권세가가 노하여 김명원을 처벌하려고 하자, 형 김경원이 달려와 동생이 나라에 크게 쓰일 인물인데 이런 일로 죽일 수 있느냐고 애원하였습니다. 이에 그 권세가는 김명원을 용서하고 두 형제를 술로 대접하여 보냈다고 합니다. 김명원은 실제로 후에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팔도도원수가 되어 임진강 방어전을 전개하여 적의 침공을 지연시킨 공을 세우고 좌의정까지 오릅니다.


담벼락을 타고 넘어가 남의 첩이 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던 김명원의 이야기가 이 그림의 배경이 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어쨌든 이 그림은 남녀의 접촉이 매우 제한되었던 시기, 그 속박의 족쇄를 뚫고 나아가는 용감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윤복이 이 그림을 그린 날짜를 특정할 수 있는 소재도 있어 흥미로운데,  그림 속의 달의 형상이 일반 초승달과는 달리 볼록한 면이 위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천문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달의 모양은 월식이 일어날 경우에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를 부분월식이 일어났던 1793년(정조 17) 8월 21일로 특정하는 설도 있습니다. 신윤복의 나이 36세 때의 일입니다.


이 그림은 겸리 주인장이 오래된 장구(杖鼓)의 소가죽으로 만든 북편( 손으로 치는 왼쪽 가죽면)에 그린 그림입니다. 


신윤복  《혜원 전신첩》 중  <월하정인>. 수묵채색화.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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