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추묘. 옻종이에 수간분채, 봉채. 50x34cm. 2016년
<황묘농접도>에 이어 겸리 주인장의 고양이 그림입니다.
국화가 소담하게 피어난 가을 뜨락을 배경으로 웅크리고 앉아있는 고양이를 묘사하였습니다.
<황묘농접도>에서 언급하였듯이 고양이는 예로부터 노인을 상징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국화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옛 문인들은 국화를 은일(隱逸)을 대표하는 식물로 여겼습니다.차가운 눈 속에서 봄을 알리는 매화를 보고 열사(烈士)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서리 내리는 추운 계절에 저 홀로 피어 있는 국화의 자태에서 은인자중하는 은자의 풍도를 보았습니다.
세상이 혼란스럽거나 자신과 맞지 않을 때는 은거하고, 때가 되면 출사하여 뜻을 펴는 것이 전통적인 지식인의 처세였고, 이러한 의미에서 과감하게 벼슬을 버리고 줄곧 전원에 묻혀 살면서 바뀐 왕조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던 도연명의 삶은 그러한 지식인의 표상이었습니다. 이렇게 절개를 지키며 은일하는 자의 상징이 되었던 도연명이 가장 사랑하고 아낀 꽃이 국화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숱한 시와 그림에서 국화를 소재로 자신의 바람을 나타내곤 하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국정추묘>는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초야에 묻혀 은일의 삶을 누리리라는 염원을 담은 그림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국정추묘>의 원본은 화재(和齋) 변상벽(卞相璧 1730 ~1775)이 그렸습니다.
변상벽의 <국정추묘>. 지본채색. 29.5×22.5cm. 간송미술관 소장
변상벽은 특히 고양이와 닭을 잘 그려 ‘변고양이(卞古羊)’와 ‘변닭(卞鷄)’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조선시대 최고의 고양이 화가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최고의 초상화가로 평생동안 어진을 비롯해 100여점에 달하는 명현(名賢)들의 초상화를 그려 국수(國手)로까지 일컬어졌습니다. 그는 인물 초상으로 다져진 숙련된 기량을 바탕으로 <국정추묘>와 같은 빼어난 영모화를 남겼습니다.
변상벽의 이 작품은 그의 명성을 실감하게 하는 대표작으로 은일과 장수의 복을 두루 누리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진 그림입니다. 그러나 이 그림의 백미는 이런 상징성과 의미보다는 놀라울만큼 사실적인 묘사력입니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얼룩고양이는 가을 햇볕을 즐기다 인기척에 놀라 잔뜩 경계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하고, 먹잇감을 노려보며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상황설정이나 형세도 빼어나지만, 한 가닥 수염과 터럭 한 올의 묘사에도 조금의 소홀함이 없으며, 나아가 눈동자의 미묘한 색조와 귀속 실핏줄, 심지어 가슴부분의 촘촘하고 부드러운 털과 등 주변의 성근 듯 오롯한 털의 질감까지 정교하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실제의 모습을 묘사한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대상의 심리까지 정확히 전달하고 있어 고양이의 초상화라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가히 국수(國手)라고까지 불린 작가의 원숙한 기량을 절감하게 하는 수작으로 사실적 화풍의 또 다른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겸리 주인장의 이 작품은 2018년 6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 프랑스(FRANCE THUILLIER GALERIE)에 전시되었습니다.
- [링크] : <월간 민화 2018년 8월호>의 프랑스 전시에 대한 기사
사)한국민화진흥협회 프랑스 특별전 전시회 모습. 중앙에서 약간 우측으로 겸리의 <국정추묘도>가 보입니다.
국정추묘. 옻종이에 수간분채, 봉채. 50x34cm. 2016년
<황묘농접도>에 이어 겸리 주인장의 고양이 그림입니다.
국화가 소담하게 피어난 가을 뜨락을 배경으로 웅크리고 앉아있는 고양이를 묘사하였습니다.
<황묘농접도>에서 언급하였듯이 고양이는 예로부터 노인을 상징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국화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옛 문인들은 국화를 은일(隱逸)을 대표하는 식물로 여겼습니다.차가운 눈 속에서 봄을 알리는 매화를 보고 열사(烈士)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서리 내리는 추운 계절에 저 홀로 피어 있는 국화의 자태에서 은인자중하는 은자의 풍도를 보았습니다.
세상이 혼란스럽거나 자신과 맞지 않을 때는 은거하고, 때가 되면 출사하여 뜻을 펴는 것이 전통적인 지식인의 처세였고, 이러한 의미에서 과감하게 벼슬을 버리고 줄곧 전원에 묻혀 살면서 바뀐 왕조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던 도연명의 삶은 그러한 지식인의 표상이었습니다. 이렇게 절개를 지키며 은일하는 자의 상징이 되었던 도연명이 가장 사랑하고 아낀 꽃이 국화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숱한 시와 그림에서 국화를 소재로 자신의 바람을 나타내곤 하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국정추묘>는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초야에 묻혀 은일의 삶을 누리리라는 염원을 담은 그림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국정추묘>의 원본은 화재(和齋) 변상벽(卞相璧 1730 ~1775)이 그렸습니다.
변상벽의 <국정추묘>. 지본채색. 29.5×22.5cm. 간송미술관 소장
변상벽은 특히 고양이와 닭을 잘 그려 ‘변고양이(卞古羊)’와 ‘변닭(卞鷄)’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조선시대 최고의 고양이 화가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최고의 초상화가로 평생동안 어진을 비롯해 100여점에 달하는 명현(名賢)들의 초상화를 그려 국수(國手)로까지 일컬어졌습니다. 그는 인물 초상으로 다져진 숙련된 기량을 바탕으로 <국정추묘>와 같은 빼어난 영모화를 남겼습니다.
변상벽의 이 작품은 그의 명성을 실감하게 하는 대표작으로 은일과 장수의 복을 두루 누리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진 그림입니다. 그러나 이 그림의 백미는 이런 상징성과 의미보다는 놀라울만큼 사실적인 묘사력입니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얼룩고양이는 가을 햇볕을 즐기다 인기척에 놀라 잔뜩 경계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하고, 먹잇감을 노려보며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상황설정이나 형세도 빼어나지만, 한 가닥 수염과 터럭 한 올의 묘사에도 조금의 소홀함이 없으며, 나아가 눈동자의 미묘한 색조와 귀속 실핏줄, 심지어 가슴부분의 촘촘하고 부드러운 털과 등 주변의 성근 듯 오롯한 털의 질감까지 정교하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실제의 모습을 묘사한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대상의 심리까지 정확히 전달하고 있어 고양이의 초상화라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가히 국수(國手)라고까지 불린 작가의 원숙한 기량을 절감하게 하는 수작으로 사실적 화풍의 또 다른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겸리 주인장의 이 작품은 2018년 6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 프랑스(FRANCE THUILLIER GALERIE)에 전시되었습니다.
- [링크] : <월간 민화 2018년 8월호>의 프랑스 전시에 대한 기사
사)한국민화진흥협회 프랑스 특별전 전시회 모습. 중앙에서 약간 우측으로 겸리의 <국정추묘도>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