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능행도 이야기(6) - 낙남헌양로연도(낙남헌에서 양로연을 베풀다)

관리자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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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헌양로연도> . 옻 종이에 분채 152 x 63.5cm


행차의 여섯째 날인 윤 2월 14일 오전, 정조가 낙남헌에서 영의정 홍낙성을 비롯한 노인 관료 및 화성 현지 노인들에게 양로연을 베푸는 장면입니다.


이 잔치는 오전 7~9시인 진시(辰時)에 거행되었습니다. 여기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한양에서 내려온 관료 15명과 화성에 사는 노인 384명인데, 노인 관료 중에는 최고령자가 79세이고, 영의정 홍낙성은 78세였습니다. 그리고 화성의 노인 중 최고령자는 99세였  습니다.


대상 노인의 선발 기준은 한양 관료와 화성인 중 벼슬아치는 70세 이상과 61세인, 일반 사족과 서인은 80세 이상과 61세인으로 한정하였습니다. 61세인을 특별히 포함시킨 것은 혜경궁과 동갑 노인을 배려한 것이고, 일반 평민을 포함한 것은 정조의 통치철학을 보여주는 예가 되겠습니다.

원행을묘정리의궤 중의 <낙남헌양로연도>


 정조는 8시 15분경에 모든 의식의 준비를 알리는 북이 울리자 융복을 입고 낙남헌에 나와 자리에 앉았습니다. 


2품 이상의 노인은 기둥 안으로 들어가고, 3품 이하는 계단 위에 앉았습니다. 나머지 노인들은 모두 자손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와 계단 밑에 열을 지어 앉았습니다.


왕은 노란 비단 손수건을 나누어 주며 지팡이 머리에 매게 하고, 비단 한 단씩을 나누어 준 다음 음식을 내어 주게 하였습니다. 이때 음악이 연주됩니다

전체 그림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확대해서 보면 노란 손수건을 지팡이 머리에 매고 앉아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 확인됩니다. 겸리주인장은 이렇게 철저한 고증으로 이 작품을 세밀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이어서 왕과 노인들에게 꽃을 바치고, 왕에게 신하들이 차례로 술을 올리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영의정 홍낙성(78세)가 먼저 1작을 올리고, 2작은 우의정 채제공(76세)이, 3작은 영돈녕 김이소(61세)가 올렸습니다. 그다음 차례로 신하들이 잔을 올리자 이때마다 음악이 연주됩니다. 


정조는 이 날 기분이 매우 흡족하여 평소 술은 좋아하지 않으나 오늘 취했다며, 신하들에게도 마음껏 취하라고 합니다.


또한 교를 내리기를 화성에 살면서도 적(籍)이 없어 양로연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 몇 명을 화성 유수로 하여금 모시게 하였고, 채제공이 울타리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태반이 노인들이라고 하자, 왕은 "상서로운 일에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라며 음식을 나누어 주도록 하였습니다. 그러자 참가자들이 모두 일어나 춤추면서 천세(千歲)을 외쳤습니다. 


이 날 노인상은 <원행을묘정리의궤>의 기록에 의하면 모두 425개가 마련되었습니다만 추가로 이렇게 음식상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930명입니다.

특히 이 날의 행사에서 기억할 만한 것은 왕에게 올린 음식과 똑같은 음식을 노인들에게 올린 것입니다. 조선시대와 같은 신분 사회에서, 더구나 왕이 이러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이 날의 양로연 뿐 아니라 행차의 전 과정이 철저하게 백성과 함께 하겠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정신 위에서 기획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예산의 집행과 행사 기획 곳곳에 정조가 특별 지시한 여민동락의 정신이 구현되었고 , 이 행차를 통한  왕권의 강화가 자신을 괴롭히던 반대 세력을 누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백성과 함께 하기 위한 것임을 만천하에 드러내려는 것이 정조의 진정한 의도였던 것입니다.

리움 박물관의 <낙남헌 양로 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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