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리 주인장의 민화 작품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그 그림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올리려 합니다.
첫 번째 작품은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입니다.
겸리. 황묘농접도. 옻종이에 수간분채 30cm x 43cm . 2016년 5월
햇빛이 풍성한 봄 날, 대지가 연록색 풀로 가득 차고, 바위 밑에는 패랭이꽃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화창한 전원의 봄날, 긴꼬리를 가진 검푸른 제비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들었습니다. 옅은 주황빛 고양이가 고개를 돌려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고양이는 발을 뻗어 나비를 잡으려 하는데 나비는 잡히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날고 있습니다. 보기에도 화창한 정원의 풍경이 물씬 풍겨나는 그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는 제목 그대로 풀이하면 누런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는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모든 민화가 그러하듯이 이 그림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조선시대 이 그림은 환갑이나 고희를 맞이하는 부모님에게 자손들이 선물로 준 그림입니다. 부모님들이 좋아하실만한 내용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고양이와 나비가 가지고 있는 다른 의미를 살펴볼까요?
고양이를 의미하는 묘(猫)는 일흔의 노인을 뜻하는 늙은이 모(耄) 자와 중국어 발음이 마오[mao]로 동일하고, 나비를 의미하는 접(蝶)은 여든의 노인을 뜻하는 질(耊) 자와 중국어 발음 띠에[die] 와 비슷하기 때문에, 고양이는 일흔의 노인을, 나비는 여든의 노인을 뜻 합니다. 따라서 고양이가 나비를 바라보며 노는 모습은 일흔의 노인이 여든의 노인이 되도록 장수하시라는 뜻을 가집니다.
또한 고양이의 ‘마오’와 나비의 ‘띠에’를 합친 ‘마오띠에(耄耊)’는 중국어로 나이 많은 노인을 뜻합니다
(중국어 사전 耄耊[màodié] : [명사][문어] . 70〜80세 혹은 80〜90세의 나이)
다음으로, 패랭이꽃은 꽃말이 청춘이고, 석죽화(石竹花)라고도 불립니다. 그 옆에 그려진 바위(石)는 불변, 장수를 상징하고, 죽(竹)은 축하한다는 의미인 축(祝)자와 중국어 발음.[zhú]이 같습니다. 화면 앞쪽에 있는 제비꽃은 여의화(如意花)라고 불립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 풀리라는 꽃입니다. 구부러진 꽃대의 모양새가 등긁개를 닮아서 그렇게 불립니다. 효자손으로 불리는 등긁개는 가려운 곳을 자기 뜻대로 긁을 수 있기 때문에 "뜻대로 된다"라는 의미인 여의로 불려서 제비꽃이 여의화가 되었습니다.
이런 소재들의 의미를 풀이해서 보면, 위의 그림은 "일흔 살(猫, 즉 耄), 여든 살(蝶, 즉 耊)이 되도록 젊음(패랭이꽃)을 변치 말고 장수(石) 하시고,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기(제비꽃, 즉 如意) 바랍니다(축원합니다, 竹, 즉 祝)"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림 안에 있는 소재들이 모여 하나의 문장이 되는 매우 재미있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황묘농접도의 원작자는 단원 김홍도(1745~1806)입니다.
김홍도 원작의 황묘농접도 지본채색 30.1 x 46.1 cm . 간송미술관 소장. 오른쪽 상단의 제화 글은 官縣監, 自號 檀園, 一號 醉畵士로 "벼슬은 현감, 단원이라 스스로 호를 지어 부르고 다른 한 가지 호는 취화사이다"라는 뜻입니다. 이 글로 보아 황묘농접도는 단원이 현풍 현감으로 재임시(1791~1794)에 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원은 늦은 봄날의 평화로운 풀밭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을 화폭에 옮겼습니다. 단원이 아니라면 이런 순간을 잡아내기도 어렵고, 또 이런 정겹고 풋풋한 정취를 담아내지 못 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단원의 그림은 단순한 사실 묘사를 뛰어넘어 대상들의 상호 교감을 극대화하고, 나아가 그림을 보는 사람을 그림 속으로 끌어들여 동화시키는 매력이 있습니다.
단원과 혜원 신윤복(1758-?)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역사소설 '바람의 화원'에 이 황묘농접도가 등장합니다.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고희를 맞은 노인을 위한 그림이라고 설명합니다.
환갑, 혹은 고희를 맞은 분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의미를 가진 그림일 것입니다. 내용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림의 정취와 아름다움이 이토록 빼어나니, 최고의 선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겸리 주인장의 민화 작품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그 그림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올리려 합니다.
첫 번째 작품은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입니다.
겸리. 황묘농접도. 옻종이에 수간분채 30cm x 43cm . 2016년 5월
햇빛이 풍성한 봄 날, 대지가 연록색 풀로 가득 차고, 바위 밑에는 패랭이꽃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화창한 전원의 봄날, 긴꼬리를 가진 검푸른 제비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들었습니다. 옅은 주황빛 고양이가 고개를 돌려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고양이는 발을 뻗어 나비를 잡으려 하는데 나비는 잡히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날고 있습니다. 보기에도 화창한 정원의 풍경이 물씬 풍겨나는 그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는 제목 그대로 풀이하면 누런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는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모든 민화가 그러하듯이 이 그림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조선시대 이 그림은 환갑이나 고희를 맞이하는 부모님에게 자손들이 선물로 준 그림입니다. 부모님들이 좋아하실만한 내용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고양이와 나비가 가지고 있는 다른 의미를 살펴볼까요?
고양이를 의미하는 묘(猫)는 일흔의 노인을 뜻하는 늙은이 모(耄) 자와 중국어 발음이 마오[mao]로 동일하고, 나비를 의미하는 접(蝶)은 여든의 노인을 뜻하는 질(耊) 자와 중국어 발음 띠에[die] 와 비슷하기 때문에, 고양이는 일흔의 노인을, 나비는 여든의 노인을 뜻 합니다. 따라서 고양이가 나비를 바라보며 노는 모습은 일흔의 노인이 여든의 노인이 되도록 장수하시라는 뜻을 가집니다.
또한 고양이의 ‘마오’와 나비의 ‘띠에’를 합친 ‘마오띠에(耄耊)’는 중국어로 나이 많은 노인을 뜻합니다
(중국어 사전 耄耊[màodié] : [명사][문어] . 70〜80세 혹은 80〜90세의 나이)
다음으로, 패랭이꽃은 꽃말이 청춘이고, 석죽화(石竹花)라고도 불립니다. 그 옆에 그려진 바위(石)는 불변, 장수를 상징하고, 죽(竹)은 축하한다는 의미인 축(祝)자와 중국어 발음.[zhú]이 같습니다. 화면 앞쪽에 있는 제비꽃은 여의화(如意花)라고 불립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 풀리라는 꽃입니다. 구부러진 꽃대의 모양새가 등긁개를 닮아서 그렇게 불립니다. 효자손으로 불리는 등긁개는 가려운 곳을 자기 뜻대로 긁을 수 있기 때문에 "뜻대로 된다"라는 의미인 여의로 불려서 제비꽃이 여의화가 되었습니다.
이런 소재들의 의미를 풀이해서 보면, 위의 그림은 "일흔 살(猫, 즉 耄), 여든 살(蝶, 즉 耊)이 되도록 젊음(패랭이꽃)을 변치 말고 장수(石) 하시고,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기(제비꽃, 즉 如意) 바랍니다(축원합니다, 竹, 즉 祝)"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림 안에 있는 소재들이 모여 하나의 문장이 되는 매우 재미있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황묘농접도의 원작자는 단원 김홍도(1745~1806)입니다.
김홍도 원작의 황묘농접도 지본채색 30.1 x 46.1 cm . 간송미술관 소장. 오른쪽 상단의 제화 글은 官縣監, 自號 檀園, 一號 醉畵士로 "벼슬은 현감, 단원이라 스스로 호를 지어 부르고 다른 한 가지 호는 취화사이다"라는 뜻입니다. 이 글로 보아 황묘농접도는 단원이 현풍 현감으로 재임시(1791~1794)에 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원은 늦은 봄날의 평화로운 풀밭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을 화폭에 옮겼습니다. 단원이 아니라면 이런 순간을 잡아내기도 어렵고, 또 이런 정겹고 풋풋한 정취를 담아내지 못 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단원의 그림은 단순한 사실 묘사를 뛰어넘어 대상들의 상호 교감을 극대화하고, 나아가 그림을 보는 사람을 그림 속으로 끌어들여 동화시키는 매력이 있습니다.
단원과 혜원 신윤복(1758-?)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역사소설 '바람의 화원'에 이 황묘농접도가 등장합니다.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고희를 맞은 노인을 위한 그림이라고 설명합니다.
환갑, 혹은 고희를 맞은 분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의미를 가진 그림일 것입니다. 내용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림의 정취와 아름다움이 이토록 빼어나니, 최고의 선물이 되었을 것입니다.